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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뮤지컬 ‘광주’, 한줄기 빛이 되다
매체 : 광주매일신문 2021-05-10 오후 4:12:11

뮤지컬 ‘광주’, 한줄기 빛이 되다
남지선
연출가


무아유랑(無我流浪), 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좋은 여행이란 뜻이다. 뮤지컬 광주를 보며, 광주 사람이면서도 광주 사람이 아니었던, 나의 삶 속의 떠나고 싶지 않은 시간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광주를 떠나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광주는 내게 친절하지 않은 도시였고, 고향이지만 편하지 않은 도시였다.

뮤지컬 광주 속에서 내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떠났다. 아버지는 군인이었고 국가 유공자다. 중학교 시절 가방 속엔 마스크와 치약이 들어 있었다. 학교 앞에 대학교가 있었다. 대학생 오빠 언니들은 격렬하게 시위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최류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레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 치약을 묻히고 다녔다.

어린 필자의 마음속엔 내내 이런 불편을 주는, 공부도 못하는 대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거리에서 나쁜 짓을 일삼는 나쁜 어른들이라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 광주를 떠나게 됐고 이후 안도감이 드는 이상한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제대하자마자, 어머니는 서울로 올라오셨고, 떠난 지 20년이 되는 지금도 광주엔 가질 않는다.

“엄마는 광주가 싫다. 아픈 기억만 가득한, 광주는 다신 안가고 싶다” 엄마는 광주 사람들의 너무 공격적인 말투와 행동이 싫다고 했다. 내 동생 셋째가 태어나 얼마 안 됐을 때 언니와 필자를 데리고 동생을 등에 업은 채 식료품점에 갔었단다. 그 당시 식료품점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이 “저 여자 남편이 군인이다. 저 집 것들은 다 죽어도 싸다. 절대 팔지 말아라”해서 내쳐 지는 게 일쑤였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이 된 필자는 엄마가 얼마나 두려웠을지 상상이 되었다. 그 이후 엄마에겐 광주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았다. 왠지 너무 죄송했다.

뮤지컬 광주를 보는 내내 아팠다. 오늘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민주주의가 위험을 무릅쓴 용기와 희생, 그리고 옳다고 믿는 신념을 실천한 댓가를 치르고 거머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공연이 내게 더 와 닿았던 이유는 편의대 인물을 드러낸 극적 설정 덕분이었다.

내 삶에서 진실처럼 여겨졌었던 폭도, 북한의 첩자들 소탕 이라는 단어도 더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정말 그랬다. 언론이 그러했고, 현장에서 듣고 보고 한 나도 그렇다고 여기며 살았었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대사가 누군가에겐 진실처럼 여겨져 역사로 자리하기도 했을 것이다. 허나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진실과 직면하게 되었다. 공연 내내 눈물이 났었다. 매 순간 생의 사소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누고 즐기며 함께 행복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다운 삶을 위해 모든 걸 바쳤던 고귀한 영혼들을 나는 잘못된 시각으로 보았던 것이다. 한없이 부끄러웠다. 무대 위 그 시절 생생하게 빛나는, 순수한 광주 시민들의 찰나가 나의 마음과 심장에 진실의 피를 그득히 수혈했다.

30세가 되기 전까지 필자에겐 광주의 빛나는 영혼들은 폭도였고, 광주 사람인 것이 외지에선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진실을 마주하기 시작할 때부터 난 광주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치열한 항쟁에 나섰던 가장 보통의 시민이었던 그분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것 같은 생의 시간은 계속됐다. 필자는 이 작품을 통해 내 고향 광주를 더욱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하게 됐다. 봄을 봄답게 만들어 주기 위해, 그렇게 처절하게 앞장선 5·18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힘차게 딛고 일어나 춤추고 노래하는 공연을 보며 나는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사랑, 명예, 이름 잊지 않고 기억하고 행동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빛나는 광주를 만났다.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할 길이 거기에 있었다. 이 무대를 위해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이 공연이 계속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예술로 승화된 광주, 나 자신을 잃어버릴 만큼 좋았다. 알 수 없는 희망으로 가슴이 쿵쾅댔다. 이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길이 펼쳐진다. 거기에 한 줄기 빛으로 뮤지컬 ‘광주’는 당당히 서 있다.


원문 기사 : http://www.kjdaily.com/read.php3?aid=161969027754463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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