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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인터뷰) ‘마이 버킷 리스트’ 김지휘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를 꿈꿔요”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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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 김지휘(사진=라이브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이번 작품에선 그냥 ‘이해기였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요. 관객 분들도 공연을 보면서 행복해하거나 슬퍼하는 해기 그 자체라고 느끼면 좋겠어요”

김지휘는 2인극 창작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와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 2015년 재연 때도 시한부 고등학생 해기로 참여하고 2016년에는 강구를 연기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다시 해기를 맡았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고등학생 연기에 임한다. 30대에 10대를 연기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 뮤지컬배우 김지휘로 서기까지

“어렸을 땐 끼가 많았어요. 장난기도 많고 노는 걸 좋아했죠. 돌이켜보면 질풍노도의 시기에 경험하는 다소 위험한 행동들도 종종 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만 살아오지 않고 조금 벗어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왔죠. 그런 부분들이 지금 배우를 하는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김지휘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 않았다. 어릴 적엔 가수를 꿈꿨다. 잠깐 연기를 배우기도 했지만 춤, 노래, 연기를 다 잘해야 하는 뮤지컬 쪽은 어렵다는 마음에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십대 초반에 ‘더 스토리’라는 그룹으로 음반활동을 잠깐 했어요. 잘 안돼서 스물네 살에 입대를 했죠. 군대에서 우연히 좋은 선생님을 소개받아 틈틈이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전역하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에 들어갔는데 뮤지컬 분야로 오디션을 보자는 제안을 받았죠. 일단 몸으로 부딪쳐 봤어요. ‘페임’이란 작품에서 트럼펫을 부는 역할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연주했거든요. 잘 맞았죠. 시기적으로도 잘 맞고 운도 따라줬던 걸로 기억해요”

그는 2011년 뮤지컬 세계에 입문했다. 이후 대극장과 소극장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거듭하며 뮤지컬배우로서의 안목도 탄탄하게 길러졌다.

“무엇보다 대본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다만 창작 초연작품은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그럴 땐 연출이나 함께하는 배우들을 고려하죠. 라이선스 작품인 경우에는 ‘내가 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와 ‘기존에 했던 분들과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상상하는 편이었어요. 어떻게 담아낼까 나조차도 궁금하거나 꼭 표현해보고 싶은 작품들을 선택해왔죠. 다만 ‘마이 버킷 리스트’의 해기나 ‘올슉업’의 데니스처럼 그동안 순하고 맑은 느낌의 배역을 많이 해왔다면 앞으로는 좀 더 거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다른 모습도 가능하단 걸 보여주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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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 김지휘(사진=라이브 제공)


■ 편안함 반, 부담감 반 ‘마이 버킷 리스트’

그에게 있어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편안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앞서 두 차례나 역할을 소화해봤기에 작품에 대해 한층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배우로서의 욕심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어떻게 하면 해기를 더 디테일하게 연기할까 고민하면서도 한편으론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해기는 시한부를 선고받아 누구보다 좌절감이 클 어린 나이에 스스로 버티는 강한 인물이죠. 또 버킷리스트를 통해 자살하려는 친구의 마음을 바꿔놓기도 해요. 그러고 보면 톡톡 튀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지죠.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그 어린 나이에 용기가 대단하잖아요”

그는 해기를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다. 해기와 마찬가지로 매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떠올릴 때마다 주위 사람들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산다는 게 누군가에겐 힘들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살아있는 일 자체가 감사해요. 기쁘든 슬프든 일단 살아있어 행복하죠. 작품을 하면서는 ‘죽기 전에 뭘 해보고 싶은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덕분에 이번 시즌엔 해기를 소화하고자 많이 웃어보려고 노력했죠. 대본에 있는 대로면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아 슬프지만 ‘웃는 모습으로 날 기억해달라’는 말처럼 캐릭터를 만들어보려 했어요. 주변에서도 해기가 웃을 때 더 슬프다는 말을 많이 해줬죠. 대개 슬픈 상황에서 울음을 참고 웃는 모습이 더 와 닿잖아요”

그는 해기와 많이 다르면서도 같다. 둘은 모두 밝고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홀로 있을 땐 고민하며 침잠해있기도 한다. 사람에게 양면성이 있듯 그는 해기도 혼자 있을 땐 그럴 거라고 상상한다.

“해기와 강구 두 역할을 모두 해봤지만 솔직히 해기가 좀 더 힘든 면이 있어요. 강구도 감정적으로 버텨내는 부분이 많지만, 해기는 죽어가기 때문에 아픔을 표현하거나 몰입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참아내는 부분이 많거든요. 힘들게 연습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론 재연 당시 연기했던 해기 역을 다시 맡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 생각해요”

‘마이 버킷 리스트’는 서로 다른 두 인물이 정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 닮아가는 드라마가 그려진다. 무엇보다 감정선이 따뜻하고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펼쳐진다.

“주제곡인 ‘마이버킷리스트’는 함께 불러야 하는 곡인데 해기가 죽고 난 뒤 강구가 콘서트에서 혼자 부르거든요. 무대에선 같이 노래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구는 해기를 볼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이때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가는 것 같아요. 기쁨이나 슬픔, 친구에 대한 마음 등이 한데 섞여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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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이버킷리스트 김지휘(사진=라이브 제공)


■ 배우로서 배우며 살아가는 기쁨

“뮤지컬 배우는 매일 다른 삶을 살 수 있어 행운이라고 여겨져요. 무대 아래선 김지휘로 살지만, 오늘은 이 역할을 하고 내일은 또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하죠. 매순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삶을 살 수 있잖아요.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야죠”

그는 한 번에 서너 가지 역할을 해본 적도 있다. 순간마다 서로 다른 배역을 몰입하느라 체력적으론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을 불사르는 배우다.

“대개 작품을 하면서 최선을 찾아가는 편이에요. 뮤지컬은 나를 배우로 만들어준 첫 걸음마죠. 무대 위에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배우가 돼서도 계속해서 배우게 만들어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 많죠. 배우는 나이가 들어서도 평생 하고 싶어요”

그는 항상 무대 위에서 배운다고 생각한다. 아마 10년쯤 지나 돌이켜보면 스스로가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끼겠지만, 긴 시간이 지난 뒤에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여기는 배우다.

“꾸준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꿈이에요. 배우의 외모가 아닌 역할 자체만으로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죠. 무엇보다 작품 속 배역으로서 기억됐으면 해요”

 


김희윤 기자 : culture@heraldcorp.com 

 

원문 링크 : https://han.gl/pPSk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