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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외로움과 고독 관통하는 유쾌한 힐링 뮤지컬…'이선동 클린센터' 2019.10.10

11월 10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

배우 기세중(왼쪽)과 이현진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고독'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외로움에 지쳐 스러지는 청년들부터 가족이 붕괴되며 홀로 남아 쓸쓸히 마지막을 맞는 노인들까지 고독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단지 현상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주제를 곱씹게 만들며 시대적 공감을 깊이 다루는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일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는 우리에겐 생소한 '유품 정리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작품은 죽은 자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통해 현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주인공 '이선동'은 귀신을 보는 능력을 숨긴 채 살아온 청년 실업자다. 먼저 떠나간 엄마를 그리워 하며 외로움 속에 홀로 살아온 청년이다.

이선동은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유품을 정리하는 회사에 취업하게 된다. 유품을 정리하며 맞닥뜨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며 심상치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된다.

작품은 이러한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담아내면서 우리네 가슴 속에 따뜻한 힐링의 메시지를 전한다.

10일 SH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 프레스콜에서 원작자인 권정희 작가는 "유품 정리사, 특히 귀신 보는 유품 정리사는 내가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쓸거 같고, 이것은 좋은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질 거란 생각에 쓰게 됐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인기 웹툰 '장미아파트 공경비'의 스토리 작가로도 잘 알려진 권 작가는 다양한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는 학구파 작가다.

범죄 스릴러 작품을 쓰기 위해 범죄 심리학을 전공했고, 댄스 소재의 작품을 쓰기 위해 학원에서 댄스 과정을 이수 하는 한편, 탐정 관련 스토리를 쓰기 위에 민간 조사원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열정으로 '이선동 클린센터'가 탄생했다. 작품은 '유품 정리사'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군을 소재로 하지만 현대 사회를 투영하는 묵직한 주제와 유려하게 풀어나가는 전개 등 탄탄한 스토리로 2016년 한국콘텐츠 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를 발판으로 '이선동 클린센터'는 2018년 소설로 출판됐고, 이후 웹툰과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권 작가는 "이선동이란 이름이 저보다 더 유명해질 것이란 생각으로 작품을 썼다"면서 "우선 뮤지컬로 먼저 나오게 됐는데 제작자 분들과 배우님들이 잘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뮤지컬을 보면서 원작보다 더 훌륭하게 잘 만들어낸 것 같다는 생각에 감동이다. 배우분들도 연기를 잘해주셨고, 음악도 너무 좋고 그냥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며 "제 작품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끄집어 낸 첫번째 작업이라 너무 감동 받았고, 연출가님이 각본을 쓰셨는데 원작보다 더 훌륭하단 느낌을 받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는 오세혁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 김혜성 작곡가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오세혁 연출은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다양하고 풍부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이는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되면 다양하게 전달될 거 같은데 공연은 100분 안에 핵심을 전달해야 하니 고민을 많이 했다"고 연출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어떤 작품은 사실이나 진실이 중요하고 어떤 작품은 주장이나 입장이 중요하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여기 있는 주인공들의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며 "자기 살기도 바쁜데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친구 같은 주인공들이 이 소설 안에 많았는데 이런 인물들의 태도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시는 관객들도 누군가에게 힘든 일 있을때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 주변에 그런 사람들 떠올리고 전화 한 통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과 '죽음'에 대한 의미에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주인공 '이선동' 역을 맡은 김바다는 "처음 작품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때 '유품 정리사' 직업 자체도 생소했는데, '귀신 보는 유품 정리사'라는 설정에 호기심이 생겼다"며 "마지막 가는 길 정리해주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 귀신을 보는 그런 마음을 모르겠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까 죽음이 되게 가까이 있는데 죽음이 주는 감정 때문에 되게 외면하고 살았었다. 죽음 이후에도 내가 이사람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도 있는데 죽음 자체가 주는 감정으로 많이 외면하고 있구나 새삼 느꼈다"면서 "어쩌면 이선동도 이 마음이 있지 않았나는 생각에 거기서 연기의 출발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역을 맡은 기세중은 "유품 정리사라는 너무 생소한 직업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면서 "유품 정리사가 물건을 정리해주는 사람들이라는 포커스에 맞춰서 애착이 가는 물건이 정리된다고 했을때 담긴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께 정성스레 표현할까, 어떤 심경변화가 있음을 보여줄까, 이게 정당화 될까 등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강보라 역을 맡은 이봄소리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이 생각하고 살긴 했는데, 죽음 이후에 남아있는 사람들 태도에는 생각을 안해본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제 곁에 또는 제가 여태 겪었던 죽음들을 조금 더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또 작품을 하면서 '죽음' 외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변하는 계기도 됐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걸그룹 나인뮤지스 출신의 금조는 "살면서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 떠나보낸 경험이 없어서 보라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공감이 힘든 부분도 있었다"면서 "저도 저희 아빠한테 사랑한단 말 해본 적 없는 불효녀였는데, 작품하면서 따뜻한 말을 건네는 등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선동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유품 정리사 정규 역을 맡은 강정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가까운 부모님이나 연락이 뜸했던 주변 사람 등에 신경을 좀 더 쓰게 됐다"면서 앞으로 제 인생에서 한번 더 주변을 둘러보고 정규가 이 작품에 있는 것처럼 밝음과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서 자신들이 먼저 변화됨을 느겼다. 현대 사회에 가장 큰 문제인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현상을 다루면서 주위를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먼저 느낀 것이다.

이에 배우들과 제작진은 자발적으로 주변 독거노인들을 위한 모금을 기획하고 이들을 위해 온정을 전하는 데 두 손을 걷어 붙였다.

'행복 모금'이라 명명된 이 릴레이 캠페인은 공연장 로비에 설치된 대형 모금함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강정우는 "저희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든 생각은 독거노인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독거노인 분들에게 저희가 작지만 정성을 모아 전달하고자 했고, 여러분들도 배우들이 이렇게 마음을 모으는 것처럼 관심을 가져주시면 따뜻함이 전달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는 11월 10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된다.

CBS 노컷뉴스 배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