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서 계속)
뮤지컬 ‘팬레터’는 세훈, 해진, 히카루 세 인물의 관계성이 관람 포인트인 만큼 박준휘가 생각하는 각 배우들의 이미지가 궁금했다. “(김)경수 형의 해진은 저를 계속 정신 차리게 만들어요. 저를 ‘히카루인가?’하고 의심하는 것이 중간중간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빨리 정신 차리고 해진을 더 속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윤)나무 형의 해진은 한없이 용서해주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뒤에 히카루라고 말할 때 많이 무너지게 돼요. 웬만하면 오열을 해도 감정을 잘 추스르는 편인데, 이 장면에서는 감정이 잘 사그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만큼 저를 아프게 만들어요. (백)형훈 형은 웃긴 장면을 잘 살리고요.(웃음) 함께하는 모든 장면이 편해요. 같은 작품을 해 본적이 있어서 그런지 포근한 느낌이 있어요. 굉장히 유하고 음색도 부드러워서인지 함께 있으면 편안하죠.”
세훈이 하지 못하는 욕망을 채워주는 존재 히카루는 어떨까. “(강)혜인 누나의 히카루는 외형적으로 비슷하기도 해서 그런지 1막에서는 소꿉친구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공감이 잘 되고 쉽게 빠져들게 된다. 2막에서는 반대로 겉잡을 수 없이 변한다. 아이를 혼자 두고 장을 보고 오니 집안이 다 망가져 있는데 아이는 자신이 잘못했는지 모르고 해맑은 거다. 소악마 같은 느낌이랄까. (소)정화 누나의 히카루는 세훈에게 희생하는 히카루다. 그런데 그 희생하는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 ‘거울’에서 손을 찌를 때는 마음이 아프지 않고 분노만 있었는데, 정화 누나와 공연을 하면서 ‘미안하지만 이제는 가야 해’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허)혜진 히카루는 라이벌 같다. 세훈이로서 히카루한테 질투가 많이 느껴지더라. 세훈이의 마음을 잘 캐치하지만 대신해주는 느낌보다는 히카루로 해진의 마음을 가진 느낌이 든다”고 세 배우를 비교했다. 작품의 합을 위해 상대 배우를 얼마나 열심히 들여다봤는지 느껴지는 기점이었다.
박준휘에게 2021년은 쉴 새 없이 작품이 몰아치는 한 해였지만, 지금은 ‘팬레터’ 한 작품에만 집중하고 있다. 2022년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박준휘는 군입대를 앞두고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대 시기가 생각보다 빨라질 것 같아요. 그전에는 하루하루 즐겁게 공연했다면 지금은 갑자기 군대에 가야 한다고 하니 하루하루가 소중해지더라고요. 감사하게도 데뷔 후 바쁘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일주일 정도 쉬는 날이 있으면 불안해져요. 바쁘게 지내는 게 마음이 편해요.”
갑자기 생긴 쉬는 날에는 박준휘는 어떤 휴식을 취할까. 그는 게임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원래 게임을 잘 안 하는데,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뒤늦게 ‘디아블로2’에 빠져서 대기실에 있을 때 형들에게 어떻게 하냐 물어보기도 해요.
배워보고 싶은 건 복싱이다.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어리게 보는 느낌 있다”며 “스스로를 지킬 무언가가 있어야겠다”며 웃으며 답했다. “함께 ‘풍월주’에 했던 황두현 배우가 거의 선수급이에요. 같이 체육관을 다니며 배우고 싶어요. 크게 벌크업하기보다는 ‘잔근육’이 있는 몸을 만드는게 목표예요. 그리고 노래 레슨은 지금도 받고 있지만 꾸준히 받고 싶고, 공연도 많이 보고 싶어요.”
소년 같은 ‘홍안의 얼굴’은 부러움을 살 법하지만 배우로서는 하나의 고민거리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오면 서른 둘, 셋이다. 지금은 외형적인 면 때문인지 너무 어린 이미지로 고정 돼 있는데 그러면 한정적이고, 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을 테니 캐릭터 변화에 신경 쓰고 싶다”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그는 이미지 변신을 통해 “매체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고, ‘팬레터’의 해진 역이나 이윤 역,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알료샤 등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킹키부츠’나 ‘웃는 남자’, ‘모차르트!’ 등의 주역이 되어보고 싶다며 “많은 관계자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제대 후 30대의 계획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박준휘였지만, 그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팬레터’. “현재 구축한 세훈에 안주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며 발전시키겠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항상 ‘팬레터’를 보러와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객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러 오실 때만큼 돌아가실 때도 ‘잘 보러왔다’고 생각이 들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현지 기자 : yh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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