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휘는 뮤지컬 ‘팬레터’ 마티네 공연을 앞두고 의상을 갖추고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앞서 포토타임을 갖는 박준휘는 포토존에 놓인 종이나 펜을 집으며 우수에 젖은 문학소년이 됐다. 이어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는 그는 마치 작품 속 세훈이 현대에 불시착한 듯한 모습이었다. 인터뷰에서도 세훈 그 자체였다. ‘팬레터’의 세훈처럼 작품의 이야기를 나누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열띤 이야기를 이어갔다.
‘팬레터’는 1930년대 배경으로 그 시대를 풍미한 문인 이상과 김유정 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팩션 뮤지컬이다. 작가 지망생 세훈이 겪는 존경과 사랑, 그 경계의 혼동을 흥미로운 서사와 음악으로 풀어냈다.
2018년에 처음 공연된 ‘팬레터’는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았고, 정세훈 역할은 문태유, 김성철 등 유수의 배우들이 거쳐 가며 뭇 신인들의 꿈의 배역이 되기도 했다. 박준휘에게도 그랬다. 마치 몇 년간 세훈 역할을 해온 사람처럼 딱 맞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스스로도 “대본을 받고 세훈의 삶이 공감이 잘 됐다”며 “세훈과 비슷한 경험은 없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소개팅할 때 서로 만나보기 전에 얼굴도 모른 채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누군가를 동경하는 마음을 갖는 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나는 대학교 입시 때 꼭 청강대에 가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양준모 배우의 영상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느꼈고 꼭 그 밑에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함께 공연을 하고 있는 윤나무 형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라 직접 만나게 되니 떨리더라”며 “이런 간접적인 경험으로도 세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준휘만의 세훈을 만들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먼저 해진의 글에 집중했고 거기서 파생된 해진 선생님을 위한 마음을 생각했다. 작품을 보면 ‘세훈이 해진을 사랑했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글로 인해 해진을 사랑하고, 글로 인해 해진에게 상처를 주고…모든 원인은 글이다”라며 세훈이 가장 동경하는 문인인 ‘김해진’의 글을 꼽았다.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었다 한들, 첫 도전이 녹록하지만은 않았을 터다. 이번 시즌의 세훈을 만드는 데는 초연부터 사연까지 세훈 역을 맡아온 문성일의 역할이 컸다. ‘세훈 전담 연출로 활약할 정도’였다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선배라고 말하고 다닐 만큼 좋아하는 형이라, 의지가 많이 됐어요. 전체적인 노선 상의도 많이 하고, 형이 세훈을 하면서 ‘이런 감정도 있었다’고 경험도 많이 알려주셨죠.”
그는 팬레터의 여러 요소 중 ‘내가 죽었을 때’라는 넘버를 매력포인트로 꼽았다. “뮤지컬 넘버와 가요 사이에 위치한 듯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곡 같아요.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배우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곡이거든요. 숨은 고난 중 하나죠.” 고난이도 넘버에 집중되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법한데, 그 점은 “괜찮다”고 답하며 “무대 위에서는 괜찮다. 하지만 무대가 끝나고 커튼콜에서 모두가 저를 바라보고 있으면 떨린다. 커튼콜에서도 노래를 부르니 끝날 때까지 잘 마치려고 신경쓰고 있는데, 집중된다는 느낌이 너무 부끄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힘든 점으로는 ‘거짓말이 아니야’, ‘섬세한 팬레터’의 안무를 꼽았다. “안무감독님께 안무를 크게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키가 작다보니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나 보더라. 그래도 나는 만족스러워서 ‘이 정도면 잘하고 있지 않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일까, 박준휘는 첫 공을 마치고 난 후 안무 감독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현지 기자 : yh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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