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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번엔 K뮤지컬… ‘마리 퀴리’ 고향 폴란드에 수출 2023.03.02

‘라이브’의 창작 뮤지컬, 대본·음악 로열티 계약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마리 퀴리(옥주현)가 라듐을 발견하는 실험실 장면. 긴 시간을 인내하며 연구에 매진해 온 마리는 나중에 라듐의 위험성을 알고 고뇌하면서 ‘또 다른 이름’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라이브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마리 퀴리(옥주현)가 라듐을 발견하는 실험실 장면. 긴 시간을 인내하며 연구에 매진해 온 마리는 나중에 라듐의 위험성을 알고 고뇌하면서 ‘또 다른 이름’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라이브

한국 창작진이 만든 뮤지컬 ‘마리 퀴리’(천세은 작·최종윤 작곡)의 대본과 음악이 폴란드로 수출된다.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는 코페르니쿠스, 쇼팽과 함께 폴란드가 낳은 3대 위인. 마리 퀴리의 나라가 그녀를 다룬 한국 콘텐츠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한 셈이다.

뮤지컬 제작사 라이브는 “2021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 등 5관왕을 차지한 ‘마리 퀴리’를 폴란드로 수출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성사 단계”라며 “내년 5월 폴란드 북동부 비알리스톡에 있는 포들라스카 극장에서 현지 배우들이 폴란드어로 ‘마리 퀴리’를 초연한다”고 1일 밝혔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는 “연기와 연출, 무대 디자인 등을 제외하고 대본과 음악만 수출하는 경우 매표액의 8% 안팎을 우리가 로열티로 받는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최근 전차, 자주포, 경공격기 등 K방산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다. 그 나라가 한국 뮤지컬 ‘마리 퀴리’까지 장바구니에 담는 셈이다. 뮤지컬 평론가 박병성씨는 “한국 뮤지컬 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라 해외로 K뮤지컬을 수출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데려오면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뮤지컬 ‘마리 퀴리’ 사례는 유럽, 특히 마리 퀴리의 고국으로 대본과 음악을 수출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라듐 발견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지만 미처 알지 못한 위험을 안고 있었다 /라이브
라듐 발견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지만 미처 알지 못한 위험을 안고 있었다 /라이브

 

뮤지컬 ‘마리 퀴리’는 죽음을 앞둔 마리가 딸에게 세상에 남길 마지막 말을 건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동안 마리 퀴리를 위인으로만 바라보거나 은밀한 사생활을 다룬 콘텐츠는 있었지만 작품성이나 대중성을 얻지는 못했다. 한국 창작진은 프랑스로 건너간 마리가 여성이자 이민자라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자신이 발견한 라듐의 위해성을 뒤늦게 깨닫고 고뇌하며 직공들과 연대하는 모습까지 음악을 통해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마리 퀴리’는 지난해 여름 폴란드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 초청된 뒤 러브콜을 받았다. 김소향 등 몇몇 배우와 창작진이 마리 퀴리 박물관 등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고 공연 실황을 상영했는데, 현지 관객들은 물론 공연 관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강병원 대표는 “가기 전엔 사실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폴란드가 뮤지컬 ‘이순신’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라. 그 품질을 의심하고 볼 것 아니냐. 그런데 현지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다. 마리 퀴리의 후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감상했다. 어떤 할머니 관객은 내 손을 잡고 ‘감사하다’고 했다. 창작 뮤지컬을 만들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뮤지컬 '마리 퀴리' 일본 초연에서 주인공 마리 퀴리를 연기할 배우 마나키 레이카 /AMUSE INC.
뮤지컬 '마리 퀴리' 일본 초연에서 주인공 마리 퀴리를 연기할 배우 마나키 레이카 /AMUSE INC.

 

‘마리 퀴리’는 한편 “잘 뽑아낸 여성 서사”라는 호평을 받으며 일본에도 대본과 음악을 수출했다. 일본어 버전의 뮤지컬 ‘마리 퀴리’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뮤즈가 제작해 오는 13~26일 도쿄 텐노즈 은하극장과 4월 20~23일 오카사 우메다 예술극장에서 초연한다. 여성 가극단 다카라즈카(寶塚) 출신의 스타 배우 마나키 레이카가 주인공 마리를 맡는다.

그동안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의 영미권 진출, 비언어극 ‘난타’와 ‘점프’의 뉴욕 브로드웨이 데뷔가 주목받은 후 다양한 K뮤지컬이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라이브가 제작한 뮤지컬 ‘팬레터’는 올해 상하이·베이징 등 14개 도시를 투어하고 ‘마이 버킷 리스트’도 중국어 버전으로 난징 등 10개 도시를 돌 예정이다. 강병원 대표는 “창작 뮤지컬은 성공 궤도에 올리기까지 투자와 기다림, 뚝심이 필요하다. ‘마리 퀴리’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제작 과정은 힘겨웠지만 호평받고 수출까지 성사돼 뿌듯하다”고 했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는
강병원 라이브 대표는 "'마리 퀴리'는 최근 국내에서 많아지고 있는 여성 서사의 시작이 된 뮤지컬"이라며 "한국 극작가와 작곡가가 만든 여성 서사를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셈"이라고 했다 /라이브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원문 링크: https://han.gl/ftgCY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