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라이브 소식

News
[브릿지경제] (B사이드) 뮤지컬 ‘팬레터’ 윤나무·박준휘·강혜인이 전하는 전혀 다른 김해진·정세훈·히카루 2022.02.24

 

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펜레터’ 김해진 역의 윤나무(왼쪽부터), 히카루 강혜인, 세훈 박준휘(사진제공=SM C&C,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한다프로덕션)

 

“선생이시여, 슬픔을 안고 계시나이까. 그렇다면 그 슬픔을 나눠주소서.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길을 제시하여 주소서.”

뮤지컬 ‘팬레터’(3월 20일까지 코엑스아티움) 김해진 역으로 6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윤나무는 극 중 가장 염두에 두는 대사로 “세훈의 편지 중 이 문구의 힘으로 끝까지 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누구도 내 감정을 읽어준 사람은 없었어요. 찬양이나 비판뿐이었죠. 거기에 담긴 내(해진) 슬픔을 봐준 유일한 사람이 세훈이죠. 어쩌면 모두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팬레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글쓰기에 대한 열정, 누군가를 향한 동경이 죽음으로까지 치닫는 과정을 따르는 작품으로 2015년 공연제작사 라이브(주)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창작뮤지컬 공모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윤나무 배우 프로필사진 (1)
뮤지컬 ‘팬레터’ 김해진 역의 윤나무(사진제공=SM C&C)

2016년 초연 후 2017년, 2018년, 2019년에 이어 네 번째 시즌을 맞는 ‘팬레터’는 김유정을 극화한 천재소설가 김해진(이규형·김경수·백형훈·윤나무,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문성일·김진욱·려욱·박준휘·윤소호), 해진과의 교류를 위해 파생된 또 다른 세훈 히카루(소정화·강혜인·허혜진) 그리고 이상, 이태준, 김기림, 김환태 등 실제로 구인회 활동을 했던 문학가들을 모티프로 한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이윤(박정표·김지철·이형훈), 소설가 이태준(임별·윤석현), 시인 김수남(이승현·장민수·김태인), 평론가 김환태(김보현·송상훈)의 이야기다.

 

◇윤나무의 ‘슬픔을 안고 계시나이까’, 강혜인의 ‘섬세한 팬레터’, 박준휘의 ‘넘버 세븐’

“항상 날이 서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으로 무대에 등장하는지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세훈의 ‘슬픔을 안고 계시나이까’로 시작하는 그 대사를 들었을 때 리액션이 매일 살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전한 윤나무는 “그러려면 난 어떻게 해야하는지, 미리 연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을 찾으려고 매회 노력 중”이라며 “배우로서의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히카루 역의 강혜인은 가장 신경쓰는 장면으로 ‘섬세한 팬레터’를 꼽았다.

“해진 선생님을 돌리면서 세훈과 원고지 하나를 뺏고 뺏기는 장면인데 제일 재밌어요. 감정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장면이기도 하죠. 1막 처음부터 다져둔 관계들이 여기서 다 보여지거든요. 그 신을 하면서 마지막에 원고를 빼앗아 해진 선생님을 안고 세훈을 쳐다보면 너무 불쌍해요. 강혜인으로서는. 거짓말까지 하고 달려왔는데 해진 선생님이 나 아닌 히카루와 가는 걸 보면 너무 공허할 것 같거든요.”

 

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 김해진 역의 윤나무와 정세훈 박준휘(사진제공=라이브)

 

이 장면에 대해 강혜인은 “공연 전에는 원고지를 놓치면 어떡하지 늘 걱정이다. 실제로 공연 중에 놓친 적도 있는데 연결된 안무여서 걷잡을 수 없는 심정적 압박을 받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박준휘는 “그 장면에서 원고지가 찢어진 적도 있었다”고 말을 보탰다.

“이거(원고지) 때문에 이렇게까지 됐는데 그게 찢어져 버려서 순간 고민이 많았어요. 먹어버릴까도 생각했죠. 그만큼 중요하다는 표현을 해야 했거든요. 저는 ‘넘버 세븐’이 너무 좋아요. 특히 ‘그리하여 삭막한 이 도시에도 조금은 낭만과 예술이 남기를’이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이 말 자체가 너무 좋아요.” 

 

 

◇박준휘의 김해진 윤나무, 압도당하는 강혜인의 히카루, 친구 같은 박준휘의 정세훈 

박준휘
뮤지컬 ‘팬레터’ 정세훈 역의 박준휘(사진제공=한다프로덕션)

“연습 초반부터 나무 형은 저에게 해진 선생님에 대한 세훈 같은 마음이 있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저희 사이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유명했거든요. ‘킬미나우’를 보고부터는 완전 빠져들었죠.”


윤나무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박준휘는 “작품에서 한번도 만난 적 없다가 ‘팬레터’로 함께 하다 보니 진짜 저에겐 해진 선생님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며 “괜히 윤나무, 윤나무 했던 게 아니구나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나무 형은 정말로 교류를 잘해주세요.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지만 특히 나무 형은 한시도 저에게서 눈을 안떼요. 배우로서 공연을 자주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안되게 해주는 힘을 지녔죠. 항상 새로운 자극을 주시거든요. 매번 다르게 받아주시고 다른 리액션을 주시고 밸런스를 잘 잡아주시죠. 세훈이를 좀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북돋우고 너무 힘이 들어가 있으면 낮춰주고…연기를 하시면서도 다 잡아주는 게 느껴져요.”

이어 “해진 선생님으로서는 유독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정말 저 때문에 안좋은 길로 가고 아픔이 너무 커져 버린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세훈아 고맙다. 너로 인해 나도 이렇게 발전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데서 희망이 들기도 해요. 죄송한 마음도 크지만 정말 나랑 같이 성장을 많이 했구나 싶은 해진 선생님이죠.”
 

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 중 정세훈 역의 박준휘와 히카루 소정화(사진제공=라이브)

박준휘의 말에 강혜인은 “나무 오빠는 그냥 제가 생각한 해진 그 자체다. 유약하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하고 광기도 있는, 그래서 정말 존재하는 듯한 해진 선생님”이라며 “준휘는 가장 대등한, 친구 같은 세훈”이라고 전했다. 이에 박준휘는 “(강)혜인 누나는 제일 압도당하는 히카루”라고 말을 보탰다.


“혜인 누나는 정말 ‘가야돼!’ 아니면 ‘할퀴어 버린다’ ‘우린 같이 죽을 거야!’…이런 느낌의 히카루예요. 가장 압도당하는 느낌이죠.”


◇초연부터 함께 한 베테랑 이규형·문성일·소정화에 대한 ‘리스펙트’

“(문)성일이나 (소)정화, (이)규형이 형까지 초연 멤버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기본 전제였어요. 저도 그런 입장이 된 적이 있는데 마냥 쉽지만은 않거든요. 특히 이번 ‘팬레터’처럼 새 배우들이 많이 들어왔을 땐 더 그렇죠.”

윤나무는 초연부터 함께 해온 김해진 역의 이규형, 정세훈 문성일, 히카루 소정화에 대한 존중을 보내며 “굉장히 노련해 어떤 것도 다 받아내는 여유가 있다”며 “그들은 연습실부터 이미 준비가 돼 있어서 저희가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박준휘는 이규형에 대해 “글을 좀더 사랑하고 완성하는 데 주목하는 해진 선생님”이라며 “체구가 너무 좋으셔서 (‘섬세한 팬레터’ 장면에서) 돌리기가 힘들었다”고 웃었다. 이어 “그 동안 해진 선생님들이 작은 저에게 맞춰주셨구나를 새삼 느꼈다”는 강혜인에 박준휘 역시 “저도 그간 해진 선생님들이 우리한테 맞춰주고 있었구나를 처음 느꼈다” 동의하며 “규형 형이랑 처음 공연하던 날 커튼콜에서는 ‘영장’을 주셔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웃었다. 

 

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 중 김해진 역의 윤나무, 정세훈 문성일, 히카루 허혜진(사진제공=라이브)

 

“규형 형이랑 첫 공연 때는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함께 공연했던 해진 선생님들이랑은 너무 달랐거든요. ‘저 왔습니다!’ 너무 힘차게 등장하는 처음부터 ‘어?’ 했어요. ‘이 시대의 버금가는 천재’라는 대목에서도 ‘봤지? 나 천재!’라고 대응하시죠. ‘눈물이 나’ 넘버에서는 저에게 선물로 펜을 주시는데 ‘자신감을 가져!’라고 너무 힘차게 주셔서 저도 모르게 기운이 뻗쳐서 ‘네!’라고 대답해 버렸죠. 그런데도 다 설득이 돼서 너무 재밌었어요. 정화 누나의 히카루는 굉장히 여리게 느껴져요. 세훈과 해진 선생님을 다그치면서도 세훈을 위하는 게 느껴지는 히카루죠.”

강혜인은 문성일에 대해 “정말 노련한 세훈”이라며 “넘버나 감정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다 맞춰주시고 뭘 하든 눈을 마주치면서 안정감을 주는 세훈”이라고 전했다.

 

뮤지컬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 중 히카루 역의 강혜인과 정세훈 김진욱(사진제공=라이브)

“여린 듯 하면서도 강한 세훈인 것 같아요. 단단하면서도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훈이죠.”



◇사랑꾼 김경수·안정적인 백형훈의 해진, 슬픔 많은 려욱·성숙한 윤소호·기운 넘치는 김진욱의 세훈, 꾀꼬리 같은 허혜진의 히카루

“(려)욱이는 (김태형 연출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만났는데 ‘세훈’을 떠올렸을 때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리거든요. 캐릭터에 음색을 입히는 힘이 있죠.”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의 세훈에 대해 이렇게 전하는 윤나무에 강혜인은 “슬픔을 많이 가진 세훈”이라며 “여린 느낌인데 순수한 것과는 다른, 우울하고 마이너한 느낌이 강한 세훈”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어 김진욱의 세훈에 대해서는 “키가 정말 크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굉장히 순수하다”며 “여리기도 한데 려욱 오빠처럼 마이너한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순수하고 밝은 쪽에 가까운 여림”이라고 말을 보탰다. 윤나무 역시 “에너지가 굉장히 좋은 세훈”이라고 동의했다.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연습실부터 땀을 한 바가지씩 흘려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 세훈이에요. 저나 준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죠. 진짜 숨 넘어가겠는데 싶은데 한번 더 에너지를 내더라고요. 감정이나 육체적으로 힘이 너무 좋아서 객석에도 잘 전달될 거 같은 세훈이죠.” 

 

이어 윤소호에 대해서는 “안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무대에서 만난 건 ‘팬레터’가 처음”이라며 “나이에 비해 성숙한 공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 리허설 과정부터 너무 흥미로웠다”고 털어놓았다. ‘팬레터’에 앞서 ‘너를 위한 글자’ ‘더 캐슬’ 등으로 윤소호와 호흡을 맞췄던 강혜인은 “안정감 있는 파트너”라며 “전작들에서는 사랑하는 사이로 만났었는데 ‘팬레터’에서는 또 다른 관계로 만나 설렜다”고 전했다.
 

강혜인
뮤지컬 ‘팬레터’ 히카루 역의 강혜인(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씨어터)

“(김)경수 오빠의 해진 선생님은 글도 중요하지만 히카루를 좀더 사랑한다는 걸 느껴요. (백)형훈 오빠는 딱 중간이죠. 히카루란 존재를 사랑하고 공감하면서 감정을 쌓아가는 가운데서도 글로 충족되는 마음의 해진 선생님이죠.”


강혜인의 말에 박준휘는 “경수 형은 사랑꾼”이라며 “글도 사랑하고 사람도 사랑하고…모든 걸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해진 선생님”이라고 부연했다.

“(백)형훈 형의 해진 선생님은 기둥처럼 잘 버티는, 안정감 있는 사람이죠. (허)혜진이는 저랑 정말 대등하게 싸우는 히카루 같아요. 혜진이가 표현하는 히카루는 은근 질투도 많이 나게 하거든요. 2막 때도 해진 선생님을 두고 저한테 질투를 많이 유도해서 대등하게 싸우다가 대등하게 끝났다가 화해하는 느낌이죠.”

박준휘의 말에 윤나무는 “혜진이는 제가 ‘꾀꼬리’라고 칭한다”며 “그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서 오는 순수함이 있다. 히카루 내면에 순수한 세훈의 모습을 가진 느낌”이라고 밝혔다.

“어떤 배우를 만나든 재밌고 새로워요. 네 번째 시즌이지만 연습을 굉장히 오래 했거든요. 두달 넘게 매일 연습실에 모였고 공연 한달을 남겨놓고는 페어를 섞어가면서 리허설을 하루 한번 이상 했죠. 그래선지 누구를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에요. 시간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연습량의 비례하는 것 같거든요. 어떤 컨디션도 헤쳐 나가는 노하우를 쌓는 시간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원문 링크:​https://han.gl/ViPwxj